아름다운 얼굴 (120) 금촌 3동 검산 9통 이영애 통장과 최옥석 사무장
수정 : 2022-09-05 01:07:12
아름다운 얼굴 (120)
금촌 3동 검산 9통 이영애 통장과 최옥석 사무장
끈기와 원칙으로 밀고 가는 생활 정치가 마을을 바꾼다
- 이영애 통장은 친화력으로 주민설득, 최옥석 사무장은 철저한 실무 행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발전 운동으로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초에 시작한 새마을운동을 꼽을 수 있다. 도시와의 빈부격차를 줄이고 낙후된 농촌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는 취지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전시성 성격도 있었지만 대체로 농촌 지역과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선 도시나 농촌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새마을운동 대신 주민자치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풀뿌리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이 현재 대한민국 지역발전의 큰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뜻있는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실천으로 어떤 마을은 정비가 잘되어가고 있지만 또 어떤 마을은 주민구성원들이 관심이 없고 상급행정기관에 필요한 민원을 제기하질 않아 지역발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곳도 많다.
▲이영애 통장(좌)과 최옥석 사무장
금촌 3동 파주형 마을살리기 공모서 2년 연속 동(洞)부문 대상 수상
금촌 3동의 검산 9통은 성공적인 주민 자치활동의 표본이다. 금촌 3동은 2021년에 이어 금년도에도 읍,면,동 파주형 마을살리기 공모사업에서 동(洞)가운데 최고의 상인 대상을 거머쥐었다. 2년 연속 한 동(洞)이 대상을 받은 것은 드문 일이다. 검산9통은 자연이 풍성한 자연부락이었지만 20여 년 전 인근에 550세대 규모의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고, 최근 수년간 크고 작은 빌라들이 들어차면서 마을풍경이 혼란스럽게 변해갔다.
▲마을살리기 공모사업 동부분 수상
생활 정치를 제대로 해서 마을을 바꾸자 의기 투합
자연부락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에 차량통행이 급격히 늘어나고, 밤이면 화물차, 심지어 버스까지 불법 주차하면서 통행이 불편해져 자연부락 원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당연히 주차문제로 지역주민 간 고성과 싸움이 오갔다.
방치된 길가 개울은 시커멓고 악취가 진동하는 찌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이영애(58세) 통장과 최옥석(55세) 마을운영위원회 사무장(이하 사무장)과 금촌역 인근에서 예인 치과를 운영하는 김극겸 원장 등 지역발전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 이 마을 변화의 시작이었다. 최 사무장은 10여 년 전 이 마을에 들어와 집을 지었다. 최 사무장 부인과 김 원장 부인은 자매 사이로 최 사무장 부인이 언니다. 집도 바로 옆에다 똑같이 지었다. 최 사무장은 파주 천사운동 본부장인 김 원장을 형님으로 부르며 봉사활동의 멘토로 삼고 있다. 최 사무장은 이사 온 후 이 통장을 찾아가 “생활 정치를 제대로 해서 이 마을을 바꿀 생각이 없는가”를 물었고 이 통장이 흔쾌히 동의한 게 이 마을을 바뀌게 한 계기가 됐다.
▲인도 확보를 위한 도로개선활동을 한 주민들
마을 정화 작업의 시작은 불법 주차 근절부터
이영애 통장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본토박이라 지역주민들을 잘 알았고 친화력이 있어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담당했고 최 사무장은 실무 행정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최 사무장은 시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경찰을 출동시켜 주차단속을 시켰다. 이같이 마을 정화 작업의 시작은 불법 주차를 근절시키는 일부터였다. 자체 스티커를 제작해 천변을 따라 불법 주차한 차량에 스티커를 붙였고 경고를 무시한 차량들은 사진을 촬영하거나 경찰을 불러 교통위반 딱지를 붙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차주들과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으나 아랑곳 하지 않고 지속해서 주차단속을 하자 어느 날부터 거리에서 불법 주차 차량이 사라졌다.
▲인도 확보를 위한 도로개선활동
불법 전용도로 환원시켜 넓어진 마을 안길
또 주민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걸을 수 있도록 거리를 따라 폴대를 설치하고 30여 개의 화분을 놓아 인도를 확보했다. 또 과속으로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시속 30킬로란 안내표를 도로바닥 곳곳에 표시했다. 가장 괄목할만한 도로 정비는 그간 도로를 침범해 자신의 공간으로 불법 전용했던 부분을 다시 도로로 환원시킨 일이다.
최 사무장은 파주시를 찾아 어렵게 지적도를 확보하고 원칙대로 담장이나 돌출물을 걷어내고 도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해냈다. 끝까지 거부하는 건물주에게는 파주시를 움직여 경계복구 명령이나 벌금을 부과시켰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도로가 원 지적도대로 회복되자 마을 안길은 넓어지고 불법 주차도 사라져 마을 안길로 들어가는 길은 어느 동네 마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깨끗하다.
▲개울정비 사업
악취가 진동하던 개울이 미꾸라지와 송사리가 노니는 생태하천으로
다음은 개울 정비다. 마을 뒷산인 은봉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예나 지금이나 맑고 깨끗하다. 그러나 그동안 하천바닥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보니 유익한 미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개천이 되어가고 있었다. 또 생활폐수가 유입되면서 더러운 흙이 쌓이고 치우질 않아 냄새가 진동했다. 주민숙원사업으로 지속적인 신청을 한 끝에 파주시로부터 5천만 원을 받아 개울 바닥을 다 파냈다.
콘크리트와 더러운 슬러지를 말끔히 걷어내고 돌들을 바닥에 깔고 깨끗한 흙을 다져 개울의 옛날 생태를 복원했다. 공릉천에 자라고 있는 정화용 수생식물인 ‘부들’을 일부 옮겨와 냇가에 심었다. 냄새는 사라졌고 시간이 가면서 개울에 부들 풀들이 무성해 졌다. 또 단차(물 높이를 달리함)를 네 군데에 설치해 작은 폭포를 만들고 산소 유입량을 늘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커먼 슬러지와 악취가 진동하던 개천이 미꾸라지와 송사리들이 노니는 청정 개울로 바뀌었다.
▲주민의 힘으로 만든 암헌로
이통장 “마을 빨래터도 복원 하겠다”
개울을 둘러보던 이 통장은 “옛날 어렸을 때 개울서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놀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 같이 개울물이 맑아져 너무 기분이 좋다”고 미소가 가득하다. 검산 9통 마을운영회는 상류로 이어지는 천변 정비 사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 파주시에 2차 숙원사업신청을 올해 초에 접수시킨 상태다. 기금이 확보되면 옛날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마을 빨래터도 복원할 예정이다.
검산 9통 마을주민들 공릉천 뚝방에 벚나무 길 만들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검산 9통 마을운영회는 마을 앞 공릉천 뚝방에 벚나무를 심었다. 공릉천이 국가하천이라 관리상의 문제로 난색을 표했던 파주시를 주민참여운동으로 설득했다. 주민들이 모여 뚝방길을 대대적으로 청소했고 작년에 벚나무 120주를 심었다. 마을운영회는 환경보존을 위해 파주시에 화장실과 벤치 설치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 길 이름은 마을 안에 모신 신숙주의 부친인 신장(申檣)의 아호를 따 암헌로(巖軒路)로 명명했다. 요즈음도 이 길을 따라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 사무장 “신숙주 아버지의 유택과 사당을 문화재로 정비하자”
이 마을 은봉산자락엔 신숙주의 부친이었고 세종 때 공조좌참판을 지냈던 신장(申檣)과 부인 정씨의 유택(무덤)과 제(祭)를 지내던 사당이 있다, 검산동(檢山洞)이란 이름은 후손들이 신장(申檣)의 묘소를 찾기 위해 월롱산과 오장봉 일대의 산을 모두 검색(檢索)한 후 묘소를 발견했다해서-즉 山을 檢했다 해서 붙여졌다. 또 당시 검산 3리, 월롱산 자락 아래에 찬우물마을(冷井洞)이 있었는데 우물물을 마시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고 전해진다. 또 조음발(助音鉢: 승려의 밥그릇 소리에 도움을 받았다는 뜻)로 묘소를 찾았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파주시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있어 사당의 보수와 유택지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옥석씨는 신장(申檣) 묘소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문화재 관리와 복원이 이루어져 이 마을이 공릉천 투어와 연계해 파주시의 관광명소가 되길 희망했다.
생활정치란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에 공감하고 그걸 해결해 주는 것
최 사무장은 그가 주장하는 생활 정치에 대해 “주민들의 어려운 부분에 공감하고 도와줘 자기에게 유익이 되게 하는 정치”라고 쉽게 풀이한다. 이영애 통장은 “처음엔 호응하지 않던 주민들도 참여하는 것을 보며 이젠 마을개선에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몇몇 개인들의 바른 신념이 마을 공동체 전체의 유익이 되게 하는 그 시도와 노력이 참 아름답다. 한 개인에서 시작되어 자꾸만 확장되는 변화의 힘으로 파주시 각 지역에 갈등이 사라지고 더욱 살기 좋은 동네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김석종 기자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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